태그없는 詩 - 태그없이 시만 올리는 공간입니다.
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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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당신께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발소리, 숨소리 죽이며
가시를 이고 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불사하고
격렬히 달아갔습니다.
인생이 허무 위에 서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가 아름다워지고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존재
고독..
아픔..
고요..
가난과
거기에서 오는
평화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는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영원히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세상에서 사철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꽃은 한번 피기가 어렵고
한번 피면 질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그것이 모두 미망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제
한없이 당신께 날아가던 그리움이
무겁게 내 안으로만 파고들어
더욱 그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이 그리움은
당신을 만나도 만나도
갈증을 남겨 주리란 것을 압니다
당신께 첫이슬을 다 받아 드렸습니다
이제 비를 기다려야 합니다
한낮의 기갈을 견디게 해 줄 비를
겸손히 인내로이 기다려야 합니다
어찌해야 될 줄 모르겠습니다.....
바람 부는 들녘에 나와 섰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온갖 풀꽃들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바람이 저 들을 흔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저 풀꽃들은 눈부시게 꽃 피우며
가을 들녘을 지키고 서 있으니까요
이 들녘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안에 깊은 홈을 파고
물길을 돌려와 당신이 흘러갑니다
그 물길이 눈물일랑가도 모릅니.
영겁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이제야말로 아픔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정녕 고통을 건너온 사람이라면
늘 평화의 주인이고
겸손하고, 서두름 없는
침묵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할진대
저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야
어렴풋이 지극한 아픔에서 오는
고요와 시림과 싸늘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듭니다
이자리가 은혜롭습니다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돌려받은 내 자리, 내 자리입니다
이 시립고 아픈
고독..
고요..
허무..
가난..
여기에 평화가 사는줄
알겠습니다
이자리가
사랑할 자리인 줄도 알겠습니다......
감사 드려요
언제나 나를 찾게 해 주시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