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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이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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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이임영
옛날에는 엿장수가
나무 엿판 위에 향긋한 박하엿을 싣고
시골 동네로 엿을 팔러왔다
엿장수 철거렁 거리는 가위 소리에
구멍난 고무신 학기 바뀐 교과서
사이다병 부러진 농기구
엿장수가 원하는 물건이면
뭐든 뒤져서 엿을 바꿔먹었다
그 이야기마저 이제 전설처럼 되었지만
두부와 오뎅을 파는 아저씨의 종소리가
이른 새벽의 단잠을 깨울 때도 있었다
그땐 아마 냉장고도
재산목록에 들어가던 시절이었다
늦은 겨울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찹쌀떡 장수가 동네를
몇바퀴 배회하던 시절도 있었다
라디오를 머리맡에 두고
겨울밤이 깊어가던 시절
말랑한 찹살떡 안의 달콤한 팥앙금 맛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우리 딸 어릴 때는 조용한 오전 나절
말태우는 아저씨의 앰프 노래 소리가 들리면
딸을 안고 골목으로 달려나갔다
스프링 목마 위 아이의 즐거운 모습
정말 행복한 시절이었다
선풍기도 에어콘에 밀려나고
우산살 하나만 부러져도 버리는 지금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우산 수리하는 아저씨
고장난 우산이나 선풍기 수리하라고
한껏 지르는 목청이
여운을 남기며 멀리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