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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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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
저는 생각합니다
웃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치듯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
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은 그대여
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 머리 위에 떠있듯
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
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
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
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