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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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入 예선전… '쪽집게 점집' 북새통 김원일 소설 '세상살이·1'이 그때를 말한다. "이번 태희가 졸업한 학교 예비교사 성적이 어쨌는 줄 아나? 졸업생이 두 반에 백삼십 명인데 그중 이백 점 이상이 고작 둘이라. …그런데 면도 아닌 읍내 학교에서 겨우 이백 점 이상이 둘인께 그 녀석들도 잘해야 대구 이류 대학밖에 몬 들어가." 지역별 예비고사 점수 커트라인을 넘어야 그 지역 대학에 지원해 본고사를 치를 수 있었고 지역 간 대학 간 격차는 상당했다. 박완서 소설 '꼭두각시의 꿈'이 전하는 입시철 점집 특수는 지금도 여전할까? "예비고사 발표가 나고 입학원서 쓸 때부터 전화통에서 불이 난다. 큰누나는 주로 서울의 고명한 점쟁이에 관한 정보를 모아들인다. 엄마, 엄마, 한강 맨션의 열아홉 살짜리 처녀 점쟁이가 학교 점엔 귀신이래요. 이러면서 어머니를 부추긴다. 서울엔 학교 점엔 귀신이라는 점쟁이가 참 많기도 많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던 예비고사 학력고사 전국 수석 학생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잠은 7시간 이상 충분히 잤고 학교수업에 충실하면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법대에 진학해 약한 이를 돕고 정의를 실현하는 법조인이 되겠다." 신문에 실린 사진도 똑같다. 축하 전화받으며 웃는 모습. 밤새워 공부해도 성적 신통치 않은 학생들 가슴에 바람이 서늘하다. 수석 학생 인터뷰 교육 당국 배후조종설의 진실은 누가 알고 있을까? 오늘 밤에도 대입수험생들의 깊은 한숨이 바람에 스친다. 글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출처 : 조선일보 2008.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