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도 그곳도 다를 바 없다 /양종영

 

 산은 수목들이 어우러져

가지를 서로 맞대고

따스한 온정 나눠 갖고 산다기에

잰걸음으로 달려갔더니

높고 낮음이 가파라서

힘겹기는 이곳도 그곳과 다를 바 없다

 

초록이 울창한 청량한 바람 숲은

새소리 물소리 어우러져 산다기에

기갈 든 가슴 움켜쥐고 달려갔더니

이곳도 그곳과 다를 바 없어

하늘이며 했살이며

높고 크고 힘센 나무들 차지다

 

켜켜이 들어찬 그늘진 숲속

햇볕도 없는 눅눅한 음지에서

웅크린 초목들이 햇살을 줍느라

가는 허리 구부러지고

장마비에 떠내려 온 풀떨기가

벼랑끝에 매달려 누렇게 야위었다

이곳도 그곳과 다를 바 없는데

산중에 홀로 은거하다 열반하신 스님은

무엇을 염원하다 등걸이 되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