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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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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저기 가신다
유리벽 건너편에 꽃잎이 떨어졌다.
꽃 향기에 취해서 비틀거릴거나?
나비되어 훠얼훨 날아갈거나?
분단장 연지곤지 찍고 시집 가시는
어머님 볼우물에 내 그림자 어리어
강물 소리없이 흐른다.
기억의 뒷편에 아버지도 이슬에 졎는다.
누군가 위해 눈감을 수 밖에
저 곳과 이 곳 구부러진 등위로
빛바랜 기억들 낯설어 서성대는 곳
비오는 아침 어머님은 그 곳에 계셨다.
함께 있다는 것 말고 발가벗은 몸뚱이
거꾸로 누운채 반야심경이나 읊었을성 싶은
흘러가는 물소리에서 고향 흙냄새가 난다.
기억의 강물 속에서 상두군 워낭소리 들린다.
남겨지고 떠나며 처절한 소리 돌아가는 길
슬퍼 울 수 없는 아침 비가 내린다.
쉴 수 없어 넘었던 고갯길에 숨가쁜 바람 흘러간다,
꽃으로 피어 허옇게 빛바래어 간들
꽃으로 남아 까만 한 줌의 재가 되고자 한들
이 곳과 저 곳에서 서로의 이름으로 불릴 뿐이지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사진틀 속으로 부는 바람에
비를 맞고 흔들리고 비틀리고 서있다,
밤바다에 자맥질하는 심해어 허연 비늘 퍼득여
밤하늘로 부는 바람에 鳶이 되었다,
어머님 저기 가신다,
하얀 찔레꽃이 핀다,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긴 봄날 오월의 따가운 볕에 그을리고
하얀 달빛에 갿히고 있을 뿐,
2016,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