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김재진
문득 당신 얼굴 환하게 떠오를 때 있습니다
제 몸 흔들어 소리를 내는
처마 끝 풍경소리도 눈물겨울 때 있습니다
속 빈 대나무처~럼
온몸의 뼛속을 비워내는 가을날
한 자루 허수아비로 꽂혀
술 취한 참새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 파묻혀
내게 오던 당신 마음 일어날 줄 모르고
사르륵사르륵 눈오는 소릴내며
떨어지는 잎새들이
새로 낸 길들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첫눈이 오면 당신 생각을 합니다.
눈처럼 은행잎이 길 위에 쌓이는 날
파묻히는 발등을 즐거워하던
당신 얼굴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