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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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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 김경주
말하자면 귀뚜라미 눈썹만한 비들이 내린다 오래 비워 둔 방안에서 저 혼자 울리는 전화 수신음 같은 것이 지금 내 영혼이다 예컨대 그소리가 여우비, 는개비 내리는 몇십 년 전 어느 식민지의 추적추적한 처형장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두고 바닥에 내려놓은 수호기를 통해 흘러 나오는 댕강댕강 목 잘리는 소리인지 죽기 전 하늘을 노려보는 그 흰 누깔들에 빗물이 번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카자흐스탄에 간 친구가 설원에서 자전거를 배우다가 무릎이 깨져 울면서 내게 1541을 연방연방 보내는 소리인지 아무튼 나 없는 빈방에서 나오는 그 시간이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충혈된 빗방울이 창문에 눈알처럼 매달려 빈방을 바라본다 창문은 이승에 잠시 놓인 시간이지만 이승에 영원히 없는 공간이다 말하자면 내 안의 인류(人類)들은 그곳을 지나다녔다 헌혈 버스 안에서 비에 젖은 예수가 마른 팔목을 걷고 있다 누워서 수혈을 하며 운다 내가 너희를 버리지 않았나니 너희는 평생 내 안에 갇혀 있을 것이다 간호사들이 긴 꼬리를 감추며 말한다 울지 마세요 당신은 너무 마르셨군요 요즘은 사람들의 핏줄이 잘 보이지 않아요 우산을 길에 버리고 고개를 숙인 채 예수는 빗속을 떨면서 걸어간다 죽은 자들이 다가와 우산을 씌워준다 곧 홍수가 나겠어요 성(城)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군요 나는 나의 성(星)을 잃어버렸네 성(性)을 중얼거리는 것은 우리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을 기억해내려는 그들은 비 맞으면 자신의 집으로 저벅저벅 문상간다 생전에 신던 신발을 들고 운다 발광(發光)한다 산에 핀 산꽃이 알토끼의 혀 속에서 녹는다 돌 위에 하늘의 경야(經夜)가 떨어진다 예수가 내 방의 창문 앞에 와서 젖은 손톱을 들어 유리를 긁는다 성혈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나는 돌아온다 말하자면 이 문장들은 生을 버리고 성(聲)의 세계로 간 맹인이 드나드는 점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