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봉가을, 일몰을 위하여  / 배한봉


아름답구나 일몰
노동 끝낸 농부의 휴식 물들이며
산과 들
강물 속으로 깃드는
한 풍경이여 눈물겹게 아름답구나
고단함조차 이런 때는
담배불 당기는 마음 아래 집 지어
어떤 생각의 무거움이 토하는 기침마저 씻어버리고
탱탱하게 차오르는 바람도
서걱서걱 뼈아픈 시절 곁에 눕지 않겠느냐
홀로 깊어진 시간의 층계에서
기우뚱 몸 굽히는 일몰
아름답구나 저기 농부 어깨 위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물무늬로 일렁이는
터엉 비어 가득 찬
무욕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