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마늘촛불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가운데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내 비유법이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삼겹살 함께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