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지친 바람 속

여윈 발길 위로

눈물 같은 빗방울만

무수히 뿌려지고

너와 다정히 손 잡던 허울은

한 때를 이루지도 못하고

심층으로 스러지고 있구나

 

사랑

그 아름답던 열망은

꽃 상처로도 아물리지 못하고

알콜 같은 고독만

술 잔으로 채워져

메마른 목젖을 추긴다


늪으로만

헤매던 사랑의 맥박은

이미 발을 다쳐 절룩인지 오래건만

차마

눈 뜰 수 없는 아픔으로

저문 심연 속으로

달아나려 애쓰는구나


아!

비 속에 눈을 뜬 나목은

천명 같은 눈물 풀어 놓자고

이토록 슬피 우는가


사랑아

이제 그만

다 죽은 눈물 눈물만

빗속에서 거두어 가렴

 

배경음악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Dimp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