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유지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방 화장대에 가지런히 놓인 신문 기사 스크랩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모아놓으신 것이었다. '치매, 난치병도 아니다', '치매 예방 11가지 수칙,' 걷기만 해도 치매예방, 아침식사는 보약', '호두, 우유, 포도주,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어머니는 단순히 건망증 하나에 조바심을 내셨던 게 아니었다. 당신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앓으셨던 그병, 가족들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던 그 병이 두려우셨던 것이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는 어느듯 당신 앞으로 다가오는 치매의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혼자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틀이나 집 밖에서 헤매다 돌아온 외할머니를 붙잡고 차라리 죽어버리지 왜 이렇게 고통을 주느냐고 울부짖던 어머니의 절규를 정원씨는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사 스크랩을 보는 순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정원씨의 마음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 나이를 겪어보지않은 자신이 어머니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나, 다가오는 황혼을 쓸쓸히 맞이하는 어머니에게 당신 혼자가 아님을 알려 드리는것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는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퇴근 무렵, 어머니의 전화가 또 걸려왔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정원씨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호두 파이 한판 사가지고 들어갈게요. "누구에게나 노화는 낯설고 반갑잖은 손님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하면서도 선듯 내키지가 않습니다. 젊었을 때 나는 새치는 염색으로 가리면 그만이지만, 나이들어 생긴 흰머리는 마음까지 하얗게 덮어버립니다. 건망증이나 치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엄청난 두려움과 절망감을 안겨 줍니다. 이럴 때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절망감과 스트레스를 덜어드리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주는 주위의 반응이 부모님께는 큰 용기가 됩니다. 이를테면, 아버지께서 흰머리가 늘었다고 걱정하시면 "아버지는 흰머리도 참 멋있으시다. 꼭 외국 배우 같아요. "라고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그런 칭찬과 현명한 애교, 그것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덜 늙게 하는 진짜 효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