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님 저기 가신다,
유리벽 건너편에 꽃잎이 떨어졌다.
꽃 향기에 취해서 비틀거릴거나?
나비되어 훠얼훨 날아갈거나?
분단장 연지곤지 찍고 시집 가시는
어머님 볼우물에 내 그림자 어리어
강물 소리없이 흐른다.
기억의 뒷편에 아버지 이슬에 졎는다.
누군가를 위해 눈감을 수 밖에
저 곳과 이 곳 구부러진 등위로
빛바랜 기억들 낯설어 서성대는 그곳
비오는 아침 어머님은 그 곳에 계셨다.
함께 여기 있다는 것 말고 발가벗은 몸뚱이로
거꾸로 누운채 반야심경이나 읊었을성 싶은
흘러가는 물소리에서 간직해둔 고향 냄새가 난다.
기억의 강물 속에서 상두군 워낭소리 들린다.
모두 남고 떠나며 처절하게 소리쳐 돌아가는 길
슬퍼서 울 수 없는 아침 비가 내린다.
쉴 수 없어 넘었던 고갯길에 숨가쁜 바람 흘러간다,
꽃으로 피어서 허옇게 빛바래어 간들
꽃으로 남아 까만 한 줌의 재가 되고자 한들
이 곳과 저 곳에서 서로의 이름으로 불릴 뿐이지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사진틀 속으로 부는 바람에
비를 맞고 흔들리고 비틀리고 서있다,
밤바다에 자맥질하는 심해어 허연 비늘 퍼득이고
밤하늘로 부는 바람에 鳶이 되었다,
어머님 저기 가신다,
하얀 찔레꽃이 핀다,
아직 돌아갈 곳 없는 우리는
긴 봄날 오월의 따가운 볕에 그을리고
하얀 달빛에 갿히고 있을 뿐,
2016,5,21
존경하고 사랑하는 울 감독오빠
글구 고우신 님들께!
까꽁?
계절의 여왕!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입니다
어제도 따가운 봄볕에 날씨가 초여름 처럼 덥기만...
오늘은
거센 비바람을 몰고 올 먹구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큰 비가 내리고 모레는 벼락을 동반한데요
텃밭들 가꾸신 님들께선
지주대를 잘 세우고 줄로 단단히 묶어야 겠어요
특히 울 감독오빠네 농장 ㅎ
암튼
오월에는 쪼오거
이쁜 장미 꽃처럼 환한 웃음이 더 많이많아지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고운초롱~드림..
그렇지 않아도 어제 오후부터 바람이 심상치가 않아서
일요일에 식재한 고추 모종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우의를 지참하고 부랴부랴 달려가서
땅 몸살을 하느라고 축 늘어져 있는 녀석들을 위하여
지주대에 꽁꽁 묶어 매어 놓고 나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군대생활을 할 때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 채
작업을 하던 기억이 새롭더군요.
그러고보면 그 이후로 빗속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비를 맞아 한기는 들고 피곤했지만 녀석들을 둘러보니
피로도 금새 풀렸습니다.
이러다가 진짜 농부가 되는 것은 아닐지... ㅎㅎㅎ
새와 바람 1.
새 한 마리 허공을 쪼아대고 있다.
간 밤에 잠을 못이룬 모양이다.
피 흘리며 떨어지는 날개 속으로 봄은 그렇게 왔다.
졸고있던 나뭇가지에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울줄 몰라도 울릴줄은 안다.
서투르고 낯선 저 새 갸웃하여
겨울만이 아는 이름을 부르지.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워 바쁜 오늘
꽃잎은 떨어져야 한다.
소리내며 떨어져야 한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바쁘다.
버릴 것을 버려도 버릴 것이 또 있는세상
너 또는 우리 큰 것 버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날이 오면
바람은 새의 날개짓에서 불어오나니,
봄이 들쑤시더냐.
바람이 불더냐.
(2016.4,07)
-<물음표를 위하여>(문학과지성사,1990)-
일상의 틀에
끼여 사는 우리곁을
물결은 무심히 흐릅니다.
내가 무심해서 입니다.
내가 바쁘기 때문입니다.
바람부는 날 사랑은 한없이 펄럭이다가
흐름 더디게 더디게
가는둥 마는둥 하는 날
빛 조금씩 바래어 가겠습니다.
해가 뜨는지
달빛 흐르는 줄 모르고
있는둥 마는둥
조금 초라해도 좋고
당신의 시선 곁에
비껴 걸려있어도 좋을
그 곳에서 서로의 기억속에
피어오르는 산그늘 내리는기슭에
닻을 내리고 흘러가겠슴니다.
인류의 꿈보다도 더 슬픈
내 사랑 아스라하여 내 눈 아려오는 날
시를 쓰는 당신 곁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떠나겠습니다.
외계에서온 葉信을 받아들고
잿빛 커튼을 살짝 말아 올려
때가되어도 아직 물들지 못한 잎새로
기다림을 안고 떠낦 것입니다.
기댈 수 밖에 없는 사람 그 사랑으로
이루지 못해도 아름다운 그 사랑으로
채워갈 날들이여
어둠을 비집고
깨우는 소리
침묵을 보채는 소리에
감았던 눈 살포시 열리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엎드려 침묵하는 소리에
나는 눌린다.
나는 멎는다.
멈추어 나를 잊어버린다.
침묵을 깨고
높고 낮은 곳에서 열리는
수런거림으로
어우러지며 열리는 아침이여
선율 아름답게 피어나는 아침이여
내가 부를 이름으로
이 아침 아름답구나.
우리들을 위한 시간속에서
사랑은 살포시 피어나리.
이 아침 기도하며 나는 부른다
너의 이름을
내가 불러주는 이름으로
나도 이름이 되어 너의 기도가 되리
내가 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멈출 수 없는 사랑이 되어
살포시 솟아오를 태양 속에서
피어오를 나의 사랑이여!
넘쳐날 우리들의 사랑으로
채워갈 날들이여
사랑이여!
이렇게 타오르며
살아갈 날들이 의미가 되는 시간
이렇게 차오르며 채워지는 시간
비워내고 비워내기 위한 시간으로 남으리
채워야 할 우리들의 곳간을 위하여!
(2016.3.17)
길
자연으로 살래?
인간으로 살래?
나를 잊을래?
나를 찾을래?
나를 버릴래?
가다 서다 멎다 가는 길이
다녀서 다 길이 되었는가?
다니면 다 길이겠는가?
애시당초 길은 없었다고
애시당초 길은 있는 것이라고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그 길에서 논다.
나는 그 길을 간다.
끊을까? 버릴까? 찾을까?
힘들지 않은 길이 있던가?
큰 길, 골목길, 샛길
길은 길일 뿐
내가 바라보는 길을 가자.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찾을 것도 없이 길을 가자.
그냥 길을 가자.
터벅터벅 걸어거며
가는 길이 보기에 좋았더라.
내가 보았기 때문이더라.
알파고와 돌코너가 길에서
문명과 문화라고 불러준 그 길에서
오늘 나는 걱정과 안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길은 길일 뿐 그냥 길을 가자.
가다, 서다, 멎다를 거듭하며 길을가자.
(2016.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