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날개 없이도 그는 항상 하늘에 떠 있고

        새보다는 적게 땅을 밟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설 때

        잠시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으나

        서너 걸음 밟기도 전에 자가용 문이 열리자

        그는 고층에서 떨어진 공처럼 튀어 들어간다.

        휄체어에 탄 사람처럼 그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다닌다.

        발 대신 바퀴가 땅을 밟는다.

        그의 몸무게는 고무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전달 된다.

        몸무게는 빠르게 구르다 먼지처럼 훝어진다.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기 전에

        잠시 땅을 밟을 시간이 있었으나

        서너 걸음 떼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는 새처럼 날아들어 공중으로 솟구친다.

        그는 온종일 현기증도 없이 20층의 하늘에 떠 있다.

        전화와 이메일로 쉴새없이 지저귀느라...

        한 순간도 땅에 내려앉을 틈이 없다.

 

 

         김기택 시집, [사무원] 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