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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산수유가 피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또 봄이 오나 봅니다.
그때 우리는 탱자꽃 하얗게 피던
시골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먼지를 날리며 버스가 지나가고
조금만 더 다가서면 온 몸 드러낼 것 같은
연둣빛 강을 찾아 당신과 나는
그림 같은 길 위를 걸어가고 있었지요.
분가루 같이 곱게 먼지가 내려앉은 당신의 구두.. 위로 나는...
손가락으로 글씨 하나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날 우리는 결국 강을 찾지 못했습니다.
강이 있던 방향과는 정반대편을 향해
내가 당신을 안내했으니까요.
당신의 마음속에 강보다 더 큰 흐름을 만들고 싶어했던..
내 소망은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었고,
당신은 단 한번 내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 산수유가 피고 있습니다
다른 건 다 잊어버렸지만 그때 당신이 편지를 시작하며 썼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당신과 헤어진 뒤 벌써 셀 수 없이 많은 봄이..
들판의 냉이꽃을 피우고 지나 갔습니다.
그렇게 냉이꽃을 보며 나는 집을 나와
계절이 바뀌는 철길을 따라 ~
끝없이 걷곤 합니다.
문득 지난 가을 벗들과 어울려 찾아갔던
산수유 마을의 정경이 떠오르는군요.
지천으로 매달려 있던 산수유 붉은 열매를 보석인 양 바라보며.
당신이 보냈던 그 편지를 생각했습니다.
- 산수유가 피고 있습니다
세월이 가도 사랑은 그렇게 가슴에
따뜻한 그림 하나 남기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