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글 수 385
구공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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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양손에 구공탄 들고 허리도 못펴고 살금살금 걷는다.
찬바람 저녁 길에 구공탄 두개 ..
시장 골목안 대장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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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와 전라도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고향을 버린 사람들 모두 여기 왔구나 ...
엿장수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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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가닥 찰가닥 엿장수 할아버지 찰가닥 찰가닥 마을 아이 모여놓고
찰가닥 찰가닥 엿을 팔지요. 매미들은 자안 울어댑니다 ..
여름날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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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모두 모이면 수박 잔치가 벌어지곤 했지요.
여러 식구들이 그런대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큰 양푼에 설탕을 넣고
숟가락으로 수박을 숭숭 떼어넣고 동네 얼음집에서 금방 사온 얼음을
바늘과 망치로 폭폭 깨어 넣어 시원한 화채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도시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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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풀어 양은 도시락 열고 젓가락으로 떼어 먹는 보리밥 한 덩어리
어느새 절반을 먹으면 둘이는 서로 미안해 합니다.
괜찮습니다.
껄끄러운 그 밥 나누어 먹고도 우리는 미루나무 큰 키로 자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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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쉬는 시간 교실에 책상은 삐뚤삐뚤.
난로위에 포개어 놓은 양은 도시락은 지글지글.
가운데 금 그어놓고 넘어오지마 하고 큰 소리치는 여자 아이와 티격태격..
밤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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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달 ....
어머니가 돌리는 미싱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 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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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깨어보면 달달달 그 소리.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자고 삵 바느질 하고 계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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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던 미싱을 멈추고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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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덮어주는 이불속에서 고마우신 그 말씀 생각하면서
잠들면 꿈 속에도 들려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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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 "
울 엄마 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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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젖 속에는 젖도 많아요.울 언니도 실컷 먹고 자랐고
울 모빠도 실컷 먹고 자랐고 내가 실컷 먹고 자랐고
그리고 울 애기도 먹고 자라니 정말 엄마 젖엔 젖도 많아요 ..
엄마손은 약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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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은 약손. 아픈데를 만져주면 대번 낫지요.
엄마 손은 저울손.노나 준 걸 대보면 똑같지요.
엄마 손은 잠손. 또닥또닥 두드려 주면 잠이 오지요 ..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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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셨을 적부터 어머니는 광주리 하나로 살림을 맡았습니다.
설움으로 일크러진 머리를 손 빗으로 가다듬으며 살림의 틀을 야무지게
짜냈습니다 .
봄 여름은 푸성귀로 광주리를 채우고 가을 겨울엔 과일로
광주리를 채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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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머님은 그 솥껍질 같은 손으로 광주리 한 구석에
내가 기둥나무로 자라기 바라는 기도를 꼭 담곤 했습니다.
이제 내가 이만큼 자랐는데도 오늘 아침 어머님은
내 기도가 담긴 광주리를 이고 사립문을 나섰습니다 ..
등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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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엄마가 우물가에서 한바탕 등목을 시켜
주실 때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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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으로 퍼 올린 차가운 물줄기가 등허리로 쏟아질 때는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짜르르 소름이 끼치곤 했지요.
올망졸망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 여러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조금후의 차가운 물 세례를 대비히면서 엎드렸었지요 .
엄마의 시원한 손길을 기다리면서 ...
신문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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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 길에 맨발로 달리는 신문팔이 아이.
매서운 겨울 바람 뒤쫓아 달립니다.
"신문 신문 신문 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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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소리지르면 바람도 소리칩니다 .
춥지 않습니다.배도 고프지 않습니다.싸움이 끝나는 날 일선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실때가지 그 아이는 견디는 아이입니다 ..
물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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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 그 공동 수도 앞에는 물동이를 길게
줄지어 서서 차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물동이의 출렁거림과 발걸음의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그 아까눈 물이 쏟아졌고
아랫도리며 신발이 물에 젖곤 했습니다 ...
시장안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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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조그만 생선 좌판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립니다.
밑천이 없어 생선 종류는 달랑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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