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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산기슭 부뚜막에 나란히 걸린 커다란 무쇠솥마다 한가득 메주콩이 익는다.
2 비닐하우스 안에 줄 맞춰 걸린 수많은 메줏덩이. 햇볕에 한 달 동안 자연 건조시킨다.
산기슭에 나란히 걸린 여덟 개의 무쇠 가마솥에서 구름처럼 새하얀 김이 솟아오르며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타닥타닥, 마른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는 경쾌하면서도 따뜻하다. 두 손으로 힘껏 솥뚜껑을 밀어낸 뒤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뜨거운 콩을 뒤섞는다. 모락모락 김 나는 콩 몇 알을 집어 입 안에 넣고 씹으니 풋내는 간 데 없고 고소하다 못해 단맛이 살살 올라온다. 삶은 콩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경북 봉화 청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담한 고계암. 수려한 산등성이 아래 줄지어 놓인 2천여 개의 항아리가 장관을 이루는 이곳에서 묘관 스님은 전통 방식 그대로 정성스럽게 장을 담근다. 스물두 살에 출가해서 25년간 수행만 계속하다가 40대 후반 접어들어 이곳에 터를 잡고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산에 들어앉아 수행만 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무엇인가를 표시하면서 살아야 할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산이 좋아 산에서, 된장 담고 김치 담그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 고돼 다리에 병이 생겼을 정도예요.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먹을거리, 특히 된장·간장·고추장·김치는 반드시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합니다. 맥이 끊어지면 안 돼요.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답게 먹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게 안 돼서 젊은 사람들이 성인병을 달고 살지요. 한데 병이라는 게 한번 들고 나면 고치기가 어려워요. 바로 식습관이 병을 만들기도 하고 병을 낫게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맛있고 좋은 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비탈진 산등성이에 들어와 준비 과정만 3~4년, 본격적으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지는 6년 됐다. 맑고 깨끗한 청량산 자락은 좋은 장맛을 낼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췄다. 아무리 가물어도 3백65일 땅속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물의 기운이 좋고,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여 기운을 받고 있으니 장맛 좋은 건 당연지사. 장의 재료를 준비하는 건 사람이지만 장맛을 완성하는 건 햇빛, 공기, 물, 미생물 같은 자연이기 때문이리라. 매년 같은 사람이 똑같은 방법으로 장을 담가도 장맛은 매번 다르고 또 독마다 제각각이니 그 이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장을 담그고, 익기를 기다리는 오랜 시간 내내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갖은 정성을 다했다.
1 봉화 청량산 자락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2천여 개의 항아리 풍경. 전라도에서 만든 1백 년 이상 된 옛 항아리만 사 모은 것.
2 사각형으로 메주를 빚은 뒤 하나하나 새끼줄로 묶어 말릴 준비를 한다.
3 황금빛이 도는 묘관 스님의 된장. 3년 이상은 묵어야 비로소 제 맛이 든다.
4 된장 빛깔만 봐도 맛이 느껴진다는 묘관 스님.
5 콩은 반드시 장작불을 땐 가마솥에 삶는데, 익을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아야 콩비린내가 안 난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된장의 효능
1 항암 효과 된장은 암 예방 효과가 높을 뿐 아니라 암 세포 성장을 억제시킨다. 대한암예방협회의 암 예방 수칙 가운데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 끓여도 항암 효과가 그대로라니 더욱 고맙다.
2 항산화 작용 활성산소는 DNA 유전인자를 파괴시켜 노화와 암을 발생시키는 유해물질. 천연 항산화제인 된장은 몸속 활성산소를 없애준다.
3 간 기능 회복 영양소의 분해·합성·저장 ·해독·중화 등을 담당하는 간이 손상됐을 때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간을 해독시키는 효과가 있다.
4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개선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