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치기 ◈-김영천




  
◈ 가지치기 ◈




    -김영천




어머니는 어머니의 뜰에


있는 나무들을 결코


가지치기하지 않습니다




다 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스스로 가지치기를


기다리십니다




신기하게도요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


제 가지를 스스로


부러뜨리기도 하고요




너무 무리다 싶으면


제 실과를 한 해쯤


해걸이 하기도 하지요




우리


다섯 남매를 기르시며




빗나간 길에도 결코


가위를 대지 않으시고


끝내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신 것이지요




우리의 해 묵은 둥치를 보면


어머니의 손길이


반질반질 빛이 납니다




더러는 부러지고


옹이 진 상처마다


오히려


강단 있게 보입니다




이윽고 어머니의 뜰에


노을빛이 내리면


우린 모두 붉게 물들며




어머니,


오늘은 또 왜 이리


가슴이 시려옵니까





**김영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