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

이종갑

갈대의 빈손 위로 해진 그 옷 자락
선잠을 깨워놓는 이따금 부는 바람
갈대는 목매었나 허공을 쓸어낸다

지난 이 누구던가 하루를 밟고 갔다
하얀 저 발자욱 석양이 기울일 때
산 위로 타는 불꽃 강으로 내려 앉아
물비늘 핏빛이다 몸 틀어 지워내고

그 어떤 기약 없이 초생달 앞 세우고
하얗게 소리치는 무릎 꾼 그 강가
꽁꽁 언 나루에는 바람만 홀로 뛰고
사공은 어디 갔나 어둠에 묻혀가는 나무
파르르 갈잎 우는 소리만 강섶응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