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나무 아래의 한때 / 김정헌
봄날의 햇볕 속에 풍덩 빠졌다
겨을 동안 칙칙하던 몸을
정갈하게 햇볕에 씻어 말리니
동토에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
훈풍은 몸을 풍선처럼 띄우고
자기네들끼리 주고 받는
새들의 가락에
봄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개나리 진달래 방긋거리고
벌 나비 이 꽃 저 꽃 초대받기에 바쁘다
온 세상이 상서러운 기운에 꽉 찼고
그속에 나는 초대받은 행복한 관객이다
바람이 축복의 꽃가루까지 뿌려대는
벗꽃아무의 아래의 한때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워
철 지난 유행가라도 한 곡조 뽑으면
저만큼 가던 행인 뒤돌아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