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없는 詩 - 태그없이 시만 올리는 공간입니다.
시인이름 | 맥클리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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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법
/A. Macleish(1892-1982)
시는 둥그런 과일처럼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오래 된 큰 메달이 엄지손가락을 대하듯이
말을 못해야 한다.
이끼 자라는 창턱의
소매 스쳐 닳은 돌처럼 침묵이여야 한다-
시는 새의 飛翔과 같이
말이 없어야 한다
시는 시간 안에서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올라올 때와 같이
마치 그달이 밤에 얽힌 나무들에서
가지를 하나하나 마음에서 풀어주듯이
겨울 나무잎 뒤에 숨은 달과 같이
기억 하나하나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동등할 것이지
진실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온갖 슬픔의 사연에 대하여는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에 대하여는
기울어진 풀들과 바다위에 두 불빛-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다만 존재하여야 한다.
잘들 계시지요.
찾아뵙지 못하고 많은 시간의 침묵을 꺼이꺼이 쏟아내며
구비치며 살아있음을 각인하던 궤적들을 되짚어 봅니다.
일요일 오후의 흔들리는 잔광에
약간은 호사스러운 듯 몸을 맡껴보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시간이 표류하는 거리에서 내가 사랑하는 신은 죽었다고
불러대던 장송곡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도
흔들리는 물결에 몸을 맡긴지 이미 오래전의 얘기입니다.
이렇게 내가 제자리 걸음질하며 흘러감도 멎어 있음도
모두안고 우물쭈물하는 속내를 내놓지 못하는 여유가
마지막 남은 햇살만큼이나 어설프게 사랑스러워
그 빛살에 슬그머니 몸을 기대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신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