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를 맞은채 앉아 있던 자리

사과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