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없는 詩 - 태그없이 시만 올리는 공간입니다.
글 수 1,009
시인이름 |
---|
정윤천
십만 년의 사랑 / 정윤천
1
너에게 닿기 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십만 번의 해가 오르고
십만 번의 달이 이울고
십만 년의 강물이 흘러갔다
사람의 손과 머리를 빌어서는
아무래도 잘 헤아려지지 않았을 지독한
고독의 시간
십만 번의 노을이 스러져야 했다
2
어쩌면, 십만 년 전에 우리와 함께 출발했을지도 모를
山頂의 별빛 아래
우리는 이제 막 도착하여 숨을 고른다.
地上의 사람들이
하나 둘 어두움 속으로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우리는 이런 비탈진 저녁 산정 위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는가
여기까지 오는데 문득 십만 년이 걸렸다
잠들어 가는 지상의 일처럼 우리는 이제 그만 잠겨져도 된다
더 이상 빛을 따라 나서야 할 모든 까닭이 사라졌다
3
천 번쯤 나는 매미로 울다 왔고
천 번쯤 뱀으로 허물을 벗고
천 번쯤 개의 발바닥으로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으리라
한번은 소나기로 태어났다가
한번은 무지개로 저물기도 하였으리라
4
너에게로 닿기까지 십만 년이 걸렸다
물방울 같은 십만 년이
물방울 마냥 둥글게 소멸되고 난 뒤에서야
서로에게 닿기까지엔 십만 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