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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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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숙
비 온 뒤
/구민숙
빨랫줄에 매달린 빗방울들
열일곱 가슴처럼 탱탱하다
또르르! 굴러
자기네들끼리 몸 섞으며 노는
싱싱하고 탐스런 가슴이 일렬횡대, 환하니 눈부시다
그것 훔쳐보려 숫총각 강낭콩 줄기는 목이 한 뼘 반이나 늘어나고
처마 밑에 들여 놓은 자전거 바퀴는 달리지 않아도 신이 났다
빗방울의 허물어지지 않은 둥근 선 안에는
주저앉지 않은 꿈들이
명랑한 송사리 떼처럼 오글거리고
서른여섯 나는, 물컹해진 나의 그것과 비교하며
녀석들을 살짝 만져보고도 싶다
그래, 내게도 저런 가슴이 있었지
열일곱, 연분홍 유두가 장식처럼 화사하던,
주눅 들지 않은 노래로 충전되어
금방이라도 둥실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만 같던
나는 바구니에 담아 내 온
일곱 살 아이의 반바지와 말 안 듣길 소문 난 신랑의 양말과
목욕 수건들과 75 A컵 내 분홍 브래지어를 널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