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도

   달빛을 흔들고 섰는 한 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리움에 데인 상처 한 잎 한 잎 뜯어내며

   눈부신 고요 속으로 길을 찾아 떠나는......

 

   제 가슴 회초리 치는 한 강물을 그렸습니다

   흰 구름의 말 한 마디를 온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뒷모습이 시립니다.

 

   눈감아야 볼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내어도 닳지 않는 푸른 별처럼

   날마다 갈대를 꺾어 내 허물을 덮어주는 이.

 

   기러기 울음소리 떨다 가는 붓끝 따라

   빗나간 예언처럼 가을은  또 절며 와서

   미완의 슬픈 수묵화, 여백만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