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너의 작은 숲이 되겠다.



/시현




또 가을이 와서 햇빛 쏟아지고

또렷한 기억들이 검붉은 대지위에

풀포기를 뽑아 올리면

넉넉한 그 가슴에 안겨 눈을 감겠다.

네 가슴에서 불어오는 바람 따라

훨훨 타오르는 사랑이 부서지는 태양의

은밀한 기쁨에 허리 구부리고

오늘 비로소 너의 작은 숲이 되겠다.



신이 주신 아직 헐벗고 가난한 가슴으로

고독한 밤으로 떨어지는 별빛에 얼굴을 묻고

기다림의 빛 바래가며 허옇게 물들어 가겠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세월이 나이 들어도

늙어갈 수 없어 철없는 샘물로 흐르겠다.



드리워진 그늘만큼이나 소란스러운 독백들이

너의 가혹한 침묵 속에서 차갑게 가라앉더니

삶은 사랑으로 채울 수밖에 없던 날들이어라.

오늘 너의 말간 눈 속에 불꽃의 뜨거움으로

나는 아롱아롱 타들어 너의 작은 숲이 되겠다.

늙어갈 수 없어 철없는 샘물로 흐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