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갈대의 노래


바람밭이로다


죽은 여자의 흰 머리칼

흐느끼는 소리


은비늘 쏟아지는 거울을 들고

어디선가

한 무리의 추운 신발들이 가고 있는데


미친 바람을 끌어올리며

시리운 노래가 나를 흔드네


이렇게 눈물 나도록 간절한 것은

생각할 수 있다는

아픈 은혜로움에서가 아니라


햇빛이 화살로 꽂혀오는

등허리의 무력과

권태에서가 아니라


그대 이마에 다룽이는

주름살의 서러운

인기척에서가 아니라


비둘기 구구 우는 소리 같은

내 가슴의

공규(空閨)때문에서가 아니라


바람밭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