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가을 밤하늘이고 싶다.




/시현


 


어느 날은 말이다

가을 속에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

초라해져 볼품없는

사내로부터 잠시 떠나고 싶다.

빛바랜 세월만큼이나

찌들고 퀴퀴한 憐憫의
끊을 수 없는 긴 그림자
어둠속에 묻어두고
자유의 쓸쓸한 날갯짓에
가을 밤하늘이고 싶다.
떠나고 돌아옴도
사랑하여 아침이슬로 맺히거늘
잠시라도 우리는
어둠으로 머무르고 싶다.
아우르며 추스르는
진홍빛 安息의 시간 속에
너를 가둬두고 싶다.
내 너를 사랑하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