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 

侵蝕(침식)




/시현




구월이 

여름날의 지친 숨소리를

침묵의 바다에 쏟아 놓는다.

어둠이 내려놓은

남루한 몰골의 그림자.



석양은

저 먼 고비의

차갑게 식어버린 그리움으로

비틀거리며 길을 떠나고



나만이 가져야할 꿈을 위하여

돌아오지 못할 길을

허전하게 벗어나고 있다.

꿈을 먹어버리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아름다워도

호젓하여야할 시간을 위하여

찾아오는 그대를 위하여

이젠 슬픈 노래를 불러야 한다.

어머니의 강처럼 흐르는

나의 날갯짓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