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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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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세월이 지나가야 깨달아지는 게 있습니다.
아이들을 나무라다가 문득
나무라는 그 목소리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할 때
아니면
즐거운 일로 껄껄 웃음 터뜨리다가
허공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그 웃음소리가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전화가 울리고 그 전화가 알리는 급보가
채 끝나기도 전
마지막 숨을 놓아버린
아버지 가신 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실은 흐른 게 아니라 고여 있을 뿐
움직이지 않는 세월 속을
내 몸이 허위허위 헤쳐왔습니다.
그렇게 헤쳐오는 동안 문득 깨달아진 게 있습니다
그 작은 마당에 목련나무나
앵두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고 싶어하시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나는 지금
그리움을 속으로 안아야 할 나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