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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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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술 받으러 가는 봄 - 이화은
물병아리 한 마리가
딱,
반 되짜리 주전자 뚜껑만한 고것이
겁없이 봄강을 끌고 가네
꼬리물살이
풍경화 속 원근법 같기도 하고
후라쉬 비추고 가는 외로운 밤길 같기도 한데
고 뚜껑이 잠시 물 속으로 잠수라도 해버리면
강은
덩치 큰 아이처럼 철없이 길을 쏟아버리고 마는데
반 되가
턱없이 말술이 되기도 한다는 걸,
오래된 풍경화 속 원, 근, 어디쯤에
후라쉬 불빛 가까이 들이대고 보면 거기
쭈그러진 아버지 반되짜리 주전자
꽥꽥 혼자서 울고 있다네
술 받으러 가는 아이처럼 물병아리
달그락 달그락
추억 쪽으로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봄은 겉늙어버린 덩치만 큰 아이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