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찔레

    

                  - 문정희 -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