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청자부(靑磁賦)


/박종화



선(線)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러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사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 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자,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무늬,

보상화문(寶相華文),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