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이 비 피하기 위해
회색 빌딩 숲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빗속을 초연히 걸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습니다
채 준비 못한 우산 대신
온몸으로 그 비를 맞으며
빗물처럼 우는 사람들 속에
나도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옷이 젖더라도
온몸이 아프더라도
그 비를 맞고 있습니다
한 때
지나가는 아픔인지 알면서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흠뻑 젖을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맞으려만 했던
그 비 속에 서 있습니다
사랑은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온몸을 비에 적시며
오늘도 무작정 그 비를 맞으며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