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없는 詩 - 태그없이 시만 올리는 공간입니다.
시인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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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막차를 탔다.
쏟아질듯 아름다운
오색물결을 이루었던 단풍들이
한줌의 낙엽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토해내고 있다.
입동(立冬)이 지나고
산간지역에 서리까지 내린 11월의 중순.
이젠 꽃도 볼 수 없고 단풍도 볼 수 없다.
낭만을 이야기 하기엔
잎 떨구어진 나목(裸木)이 더 처량해 보인다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기 위해 플랫홈에 섰다.
텅 비어진 빈들로 기차가 들어온다.
더듬거리며 주워들었던
추억이라는 차표 한 장을 들고
기차에 오른다.
가을이 떠나고 있다.
가을이 내게 전해 주고 간 무수한 추억들을
갈무리 하지 않은 체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가을은 떠나고 있다.
발목까지 푹푹 차오르는 낙엽더미를 지나면서
시(詩)를 읊고 인생을 논하기엔
가을은 너무 짧았다.
무수한 낙엽들은 인생의 무덤처럼 나를 옥죄어 왔다.
헉헉거리며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생의 무덤가에서
오늘도 꺽꺽거리며 울고 있다.
떠나는 가을이 나에게
또 한세월의 무덤을
던져주고 가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지고
들어가는 무엇 하나 펼쳐들기엔
이 가을이 너무나 짧았다.
떨침으로 새것을 받아들인다지만
새로운 것 보다는 야속한 것들이 더 많았던 계절이다.
텅 비어버린 가을하늘은 너무나 차가웠다.
살점을 도려내는 슬픈 아픔이었다.
바람에 아쉬움 쓸려 버리듯
또 하나의 빗장을 닫아 버리며
가을은 떠나버리고 없다.
소설(小雪)이 지났다.
황량한 들판에서 미치도록 그리워했던
미처 채우지 못한 그리움들
솜틀 이불 박듯이 뼈마디 마디마다 바늘처럼 꼿인다.
사랑을 하기엔 가을은 너무나 짧았고,
이별을 하기엔 겨울이 너무 빨랐다.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지는 것이 단풍이듯이
이 가을속에 가슴 아픈 이별은 너무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