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마치

한 여름밤 꿈을 꾸고 난 듯

보물을 손에 쥐었다가

놓친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착각 속에서 행복했지만

처절히 초라합니다

 

피하려는 것을

먼저 알았어야 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돌아본 사랑은

눈물 꽃으로 시들고

또 다른 사랑은

버선발로 맞는가 했는데

 

사랑은

두려움으로 가슴에 누워

전신을 짓누르듯 고통으로 앞서 갑니다

 

풀어헤친 머릿결을

보드라운 영혼으로 빗질하며

새롭게 파고드는 미지의 그림자
          


당신은

너무 먼 사람

바라보기에도 눈이 부셔요

 

어느새 난

빠져 있는 것 같은데

혼란의 빗자락을 붙들 순 없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