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너의 뒤에서

항상 널 바라보지만

넌 내가

뒤에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조용한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네가

세상의 힘겨움에

시달려 지쳤을 때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비처럼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처럼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외로워 쳐다보면

항상 그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눈 마주쳐 주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두컴컴한

바다의 등대처럼

네가 삶의 길목에서

길 잃고 방황할 때

작은 빛 하나 밝혀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네 모든 짐과

고통을 담아줄 수 있는

마음의 가방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네가 힘들때마다

부담없이 찾아오면

언제든

너를 포근히 덮어줄 이불처럼

휴식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느 날

아무데도 갈 곳없는

너만을 위해 남겨놓은 의자처럼

언제나 마음을 비워둔 채

기다리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가끔씩 추억이 생각나면

들춰볼 수 있는

사진첩 같은 존재라도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