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저녁 강가에 나가

강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습니다

때마침

강의 수면에

노을과 함께 산이 어려 있어서

그 아름다운 곳에

빠져 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것은

가끔 사람을 어지럽게 하는 모양이지요

내게 있어 그대도 그러합니다

내가 빠져죽고 싶은

이 세상의 단 한사람인 그대

 

그대 생각을 하며

나는 늦도록 강가에 나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도 강물은 쉬임없이 흐르고 있었고

흘러가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라

세월도, 청춘도, 사랑도, 심지어는

나의 존재마저도 알지 못할 곳으로 흘러서

나는 이제 돌아갈 길 아득히 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