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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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 휘젓던 ''ㅈ ㅣ 랄탄'에 눈물 콧물 쏟던 80년대 "최루탄이 발사될 때의 첫 소리는 마치 제트기가 하늘을 날아가는 소리와 같다. 그건 물체가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소리일 것이다. 그 소리가 멎은 다음, 아주 잠깐 후, 물이 가득 담긴 깡통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흰 가루가 사방에서 날아오른다." (김형경 '세월') 1980년대는 최루탄의 시대였다. 그 시대에 사용된 최루탄이 187만 발이라는 추정이 있으며 6·10시민항쟁이 일어난 1987년에만 67만 발 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 김광규의 '버스를 탄 사람들'이 전하듯 그 시절에는 "책을 든 젊은이에게서 최루탄 냄새가" 났고 "대학가를 지나갈 때면 버스를 탄 사람들은 눈을 비비고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리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최루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 '효과'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맵거나 따갑다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눈이 아프다. 목과 가슴에 무엇을 꽉 채워 넣기라도 한 듯 숨쉬기가 버겁다. 눈물 콧물이 멈출 줄 모르고 줄줄 흘러나온다. 침을 질질 흘리다가 구토를 할 때도 잦다. 사람에 따라서는 피부 알레르기 증상이 도졌다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강화고무로 덮인 일명 사과탄(KM25)도 있다. 모양이 사과처럼 생겨 붙여진 별명으로, 손으로 던지게 되어있다. 총류탄 발사기에 장착해 쏘는 원통모양의 SY44 총류탄도 있다. 그러나 1998년 9월 3일 만도기계에 공권력이 투입됐을 때를 마지막으로 최루탄은 추억의 이름이 되었다. 지금도 일부 업체에서 생산은 하지만 수출용이라 한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도 나부끼지 않게 된 90년대를 작가 김종광이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에서 증언한다. "이맘때면 벌써 잔디밭마다 술자리판이었지. 죽어라 마시고 목 터져라 불렀지. 우리들 몸에는 최루탄 냄새가 향기처럼 배어있었는데." "바보짓이었지." "그때는 공부할 수가 없었어. 죄짓는 것 같아서." (…) "우리는 참 불행한 학번이야. 구공학번이 견뎠던 시대는 증발해버렸어, 젠장할, 그 잘난 팔십년대 학번에도 못 끼고, 더욱더 잘난, 구십년대 학번에도 못 끼고, 우리 구공학번은 대체 뭐야?" 글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출처 : 조선일보 2008.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