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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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분유' '악수표 밀가루'의 추억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공법480에 따라 1956년부터 우리나라에 제공된 구호물자다. 정식명칭은 미국 공법480호 농업수출진흥 및 원조법인데, 미국의 농산물 가격 유지와 저개발국 식량부족 완화를 위해 잉여농산물을 각국에 제공할 수 있게 한 법이다.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는 데는 밀가루가 최고였으니 '480 밀가루', '악수표 밀가루' 등으로 수제비 만들어 먹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수제비는 별식이 아니라 배고픔의 상징이다. 성석제 소설 '아름다운 날들'에 따르면 성당과 구호물자의 관계도 각별했다. 선진국 종교기관에서 보내준 구호물자도 많았던 것. "그 무렵 눈이 파란 신부님이 태어난 나라 사람들이 안 쓰고 못 쓰는 물건들을 모아서 성당으로 보내주었답니다. 그걸 구호물자라고 했지요.…성당에 가면 버터 깡통도 주고 깡통 초콜릿도 주고 분유 깡통도 주었으며 깡통 사탕도 나눠주었습니다." 공법480에 따른 구호물자 지원은 1981년에 종료되었고, 우리나라는 해외에 구호물자를 보내줄 수 있는 형편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국제구호전문가 한비야가 2005년에 지적한 다음 사항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우리가 원조 받은 액수는 총 130억 달러 정도이고, 지금까지 원조한 총액은 약 22억 달러다. 갚아야 할 은혜의 빚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국민 총소득의 0.06퍼센트, 1인당 한 달에 4백 원 정도를 원조금으로 내고 있다.…한국의 위상과 국력에 걸맞으려면 최소한 0.1퍼센트로는 올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글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출처 : 조선일보 2008.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