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옛 추억의 사진을 올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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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열 권… '速讀神功'을 배운 책 1961년 6월 15일부터 1963년 11월 24일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된 '정협지'는 대만 작가 웨이츠원(尉遲文)의 '검해고홍'(劍海孤鴻)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져와 사실상 새롭게 쓰다시피 한 작품이다. 회양방과 숭양파라는 두 무림방파의 대립을 배경으로 절대무공을 연마한 노영탄, 악중악 형제와 절세가인 연자심, 감욱형이 펼치는 사랑과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중국 남경의대(南京醫大)에서 공부한 김광주는 소설가와 정치가의 길을 동시에 꿈꾸었던 이다. 상하이에서 백범 김구의 측근으로 활동하다가 광복 후 함께 귀국했고, 1933년에 '신동아'에 '밤이 깊어 갈 때'를 발표한 적 있는 소설가였다. 말년에는 암으로 투병하면서 무협소설을 구술하면 아들이 받아 적기도 했다. "내가 받아 쓴 걸 읽어 드리면, '거기 점 찍어. 거기 줄 바꿔' 이러셨지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어요. 그때 나한텐 문장수업이 좀 됐을 겁니다." 이렇게 아버지가 구술하는 무협소설을 받아 적던 아들은 훗날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다. 다름 아닌 소설가 김훈이다. 무협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무공이 있었으니, 하루에 열 권 넘게도 훌쩍 읽어낸다는 '속독신공'(速讀神功)이 그것이다. 그 속독신공을 가능케 한 무협지의 매력을 조용헌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천하를 한 번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주인공이 명산과 대천을 여행하면서 별의별 진기한 풍광들을 접하고, 여러 문파의 고수들과 마주치는 장면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주유천하 욕구를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조용헌 살롱') 글 : 김동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 일러스트레이션 : 박광수 출처 : 조선일보 2008.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