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들었지 그 모습은 난생 처음 보았습니다.

코가 쑥 빠졌다고..... 딸아이의 모습이 꼭 그랬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나의 가슴 한켠이 무너집니다.

 

의사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야기합니다.

항상 자신만만하던 딸애가 나한테 뭘 자꾸 묻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인터넷으로 뭐든지 알아내서 나한테 조언을 해주던 딸아이가

내 투병 당시의 항암치료 진행 과정에 대하여 다그쳐 물어봅니다.

 

외손자가 이제 두 돌 하고도 오 개월 남짓입니다.

뱃속에 있을 때도 신장이 안 좋다고 하긴 했었지요.

감기 같은 잦은 병치레는 있었지만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병마가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가 없었지요. 조런 꼬마가 어떻게

감당하라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지요. 병명은 소아 간모세포암이며

신장까지 이식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어린이 집에서도 참 영리하다고 유독 이 아이에게만 박사라는 별명까지

붙여서 꼭 “김 박사님”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병원 응급실에 가는 중에도

김박사가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화를 했더랬는데. 아직 하나뿐인

손주라 지상 최고의 선물인 양 친 외가 양쪽 집에서 온 사랑을 다 주고 있는데.

 

아산 병원의 최고 의료진이라 잘 진행될 것임을 기대하고 희망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견에 가슴이 무너져 며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제일 중심을 잡고 꿋꿋한 자세로 사위와 딸아이를 달래고 격려하며

방향을 잡아가야 할 내가 이렇게 약한 채 허물어질 줄은 나 자신도 미처

몰랐습니다. 오히려 집사람이 중심을 잡아 줍니다.

 

그 강하던 의지는 다 어디로 갔는지 참 내 스스로가 딱해집니다. 내 평생 처음

9일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발바닥 신자이다가 내 가족이 이렇게

시련을 겪으니 급해져서 기도를 하는 내가 이기적이 아닌가 생각도 되고

정말 딱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자꾸 가슴이 아파 심호흡을

하곤 합니다.

 

의사가 잘 고쳐 보겠다고 하니 요며칠 조금은 걱정을 덜하고 있습니다. 좋고 즐거운 일들을

글로 올려야 읽어보는 회원님에게도 좋은 일인데 이런 어두운 글을 올려서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문득 생각날 때 화살기도라도 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