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구질거리게 내리고 데릴러 온다는 선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려니 얼마전 조카의 기발한 한 마디에

배 아프게 웃던 기억이 떠올라 이 글을 씁니다.



먼 곳에 사는 친척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얼마전 그 조카녀석의 외할머님이 저승 여행을 가셔서

화장이 아닌 매장으로 장례를 모셨습니다.

슬프긴 해도 오랜 투병끝이라서 편히 가시는 길이 그렇게

서럽지만은 않았습니다.



삼우제를 지내고 어느덧 3개월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섯살된 이 조카녀석 때문에 저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습니다.

완전 기절 직전까지...

정말 간만에 웃어 본 날이었습니다.



"할머니 어디 가신 줄 아니?"

별 뜻없이 물었는데 막힘없이 조카의 입에서 나오던 말,

"응..."

"그래? 어디 가셨는데?"

"할머니, 산에다 심었잖아"

"엥? 뭐라고?"

"할머니 산에다 심었으니까 이제 나무로 자랄거야"

오, 마이 갓~



매장하는 걸 본 이 녀석은 죽음의 의미를 모르니 할머니를

산에 심은 것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처음엔 웃다가, 눈물이 나도록 웃다가 점점 기분이 묘했습니다.

조카녀석 말대로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할머니를 산에 심었으니 녀석에겐 할머니가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슬프다고, 이젠 끝이라며 울부짖던 사람들을 까만 눈으로 바라보던

어린 조카녀석은 환한 미소를 날리며 할머니가 심어진 묘 주변을

뛰어 다녔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