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이름
/시현
외발수레에 몸을 의지한 채
뒤뚱거리는 내 영혼이 길을 걷는다.
띄엄띄엄 드러나는 햇살처럼
반가우면서도 서운한 그리움 속을
잃어버린 시간들이
밤이면 드러누워 死海에 떠다니며
부단한 휴식의 노래를 읊조리면
홀로 떠나와 침묵으로 키워온
몇 줄의 독백을 외우며
신이 내게 허락해준 그자리
울컥울컥 쏟아내는 선혈로
사랑과 미움은 서로 닮아가고 있었던 게지
땅거미 내리는 자궁 속으로 난 길을 걷는다.
죽음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꿈꾸는 자의 가슴에 봄이 오는 때문이지.
빛바랜 기억 속에서 지난날은 아름답고
멋진 무질서 속에서 너는 어루만져지고
오늘도 남겨진 자들의 성에 낀 신음소리가
넝쿨로 허공을 움켜잡고 기어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