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아버지

       /시현


       아버지가 보고 싶은 날 

       부는 바람을 가슴에 묻는다.

       스멀스멀 안개 되어 피어나는

       말없는 대지의 미소는

       뿌연 기억 속에서 반짝이고

       잉잉거리는 바람을 타고

       아버지는 떠나셨지.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세상을

       오늘처럼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나도 흘러간다. 바람 속으로

       인생의 처음이며 마지막인

       영원한 날들의 그림자 속으로

       벙어리 되어 바람에 날리는 세월이 

       제 그림자 속에서 눈처럼 쌓인다.

       나 여기 머무르며 우는 것으로

       속삭임을 대신하려 하노라.

       대지 위에 솟아나는 초록의 

       풀물이 불타는 심장에 배어난다.

       사랑이여, 나는 그대와 함께 살으리!

       바람 아니고서 죽지 않고 살았으리.

       되풀이되는 순간들의 영원함으로

       순종하며 기다리고 바람 부는 날

       나도 바람이 되어가려 하노라.

       나도 아버지가 되어가려 하노라.

       (090111)


♪♪ Ernesto Cortazar -Emmanuelle`s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