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남편과 함께 서울로 출발을 했지요^^
오늘 시어머님 퇴원하시는데 오늘 집으로 모셔 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월요일부터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걸 제가 감당을 해야 하기에 그려군과 함께 일단 서울로 출발을 하게 되었답니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동서울로 가는길....
괴산 휴게소에서 그려군과 운전 교대를 했습죠..
거기서 저녁을 먹으며 딩가딩가~
재활전 까지 5~6개월을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두달이 되기 전에 퇴원을 하시니 그려군과 저는 그저 싱글벙글이었죠...

근데 근데..
저녁을 먹고 그려군이 화장실을 간다며 차키를 제게 주는 겁니다.
차키를 받아 들때만 해도 그려군에게 했던 말이 있죠.
"여보~~~옹...올 때 쥐포랑 커피 사와...알았지?"

그런데 그런데...차에 올라 탄 저...시동 걸고 그냥 출발~


이럴수가...문제는 그려군을 안태운 것을 그려군이 전화할 때까지도 몰랐다는 거죠...ㅠㅠ
뭐 굳이 핑계를 대자면 요 근래 장거리를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거기다가 나이 50을 바라보는 그려군이 회사 야유회 가서 그넘의 보드를 탄다고 눈밭을 뒹굴었으니 온몸이 멀쩡할리가 없으니 그려군이 있어도 거의 운전대를 혼자 잡다시피 했으니 차 문닫고 올라 앉으면 행여나 밥도 먹었는데 엔진 열 식으면 추울까봐 바로 바로 출발을 했던 것이 버릇 아닌 버릇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죠.
뭐 암만 핑계를 대 봐야 남편 버린 마누라가 뭔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려군도 그래...
없으면 바로 전화나 하지.....ㅠㅠ
평소 치던 장난으로 여기며 그 넓은 휴게소 주차장을 죄다 걸었다지 뭡니까..ㅠㅠ

그 평소 치던 장난이란...가족들 중 누구 하나 휴게소에서 차에 늦게 탈라치면 일부러 차를 원래 주차되어 있던 곳에서 멀리 세워두는....ㅠㅠ

어따아~ 참 철없는 장난...
이건 다 큰 애들한테나 치는 장난이지 마누라가 남편한테 설마...이런 장난을 칠까...ㅠㅠ
그러나 우리 순진한 그려군...단순히 장난으로 알고성은 그 날도 추운데 몸에 땀이 나도록 야밤에 눈에 불을 키고는 찾다 찾다 없으니 그때사 제게 전화를 한 겁니다.

열심히 음악을 틀어 놓고 달리니 핸펀 벨소리가 들릴리 없었죠..
그러니 그려군은 제게 계속 전화를 해 댔고....전 그 벨소리를 교통방송 듣고자 라디오로 돌리면서 들었던 거죠..
발신자...."그려군....!!"
그걸 보고도 전 아무 생각없이...."이 남자가 운전 중인거 알텐데 왜 전화야?" 그러면서 투덜댔고...ㅜㅜ

"엽떼요~?"
"너 어디야?"
"나? 서울 가는 길이지..."

이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이가 없더랍니다.
순간 말문 막힌 그려군에게 전 당당히 말했죠..
"아~ 왜? 용건만 말해...달리는 중이야..."
"너 뭐 빠트린 거 없냐?"
"없는데?"
"참나...당신 남편이 괴산 휴게소에 있거덩?"
"엄훠낭......"
순간 일방적으로 전화 끊고 갓길에 비상등 키고 정차를 한 후에 다시 전화를 했습죠..ㅠㅠ

"여보~ 어쩌지?"
"어쩌긴? 차 돌려 와~~~"
"아우~ 어디서 돌려? 다음 휴게소가 거리가 얼마 안되는데......여보~ 그러지 말고 고속버스 안 보여..? 기사 아저씨한데 잘 말해봐...그리고 휴게소 입구에 좀 세워 달라고 하면 안될까? 아니면 혹시 서울 넘버 보이면 음료수라도 사 주고 부탁을....."

여기까지 말하자 그려군 버럭 합니다..ㅠㅠ

"야야야야~~~ 그냥 차 돌려와.....어떻게 위험하게 휴게소 입구에 차를 세워 달래? 당신 같으면 그렇게 하겠어?"
그때 누군가가 그려군에게 말합니다.
"차를 놓치셨나봐요?"
그려군이 말합니다.
"아...그게..저 와이프가 건망증이 심해서 저를 여기에...."라고 말하자..그 남자분.....웃음소리가 제 전화기 너머로 들려 오는데 얼굴도 안 본 상태에서 얼마나 부끄럽던지...

먼저 도착을 한 저는 기다리는 동안 그분을 위해(?) 물이랑 껌이랑 커피랑 오징어 등등...몇가지를 샀고 지긋해 보이는 그 분 덕분에 우리 부부가 극적인(?) 상봉을 할 수 있었다며 머리를 조아렸죠.
그분 허허 웃음서 딱 한말씀 하시대요..
"남편은 절대 버리지 마세요...하하하"
아흑..하늘에 맹세코 버린게 아닌데 어쩌다가 남편을 버린 여자가 되어 버린 듯한....흑흑...

그려군 차에 타고성은 말합니다.
"이야~ 참 내 마누라 대단하다...내 있잖아...고속도로에서 싸우고 안 태우고 가는 경우는 들었는데 멀쩡한 남편을 건망증 때문에 태웠는지 안 태웠는지도 모르는 마누라를 두었으니 그런 마누라 데리고 사는 내가 더 대단한거지? 앞으로는 조심해라~"
"아무렴 대단하지..그러게 평소에 잘하지...맨날 혼자 다니고 혼자 운전하니 몸에 배여서 그렇잖아....이건 건망증이 아니고 습관이야...당신 잘못이야..."

그려군 암말 안하고 그냥 의자 뒤로 젖히고는 눈 감아 버립니다.

그려군과 저의 상봉을 위해 그려군을 태워주신 그 신사분~~
넘후 넘후 감사합니다아~~

!!!!오늘의 교훈:마누라 피곤하게 하면 고속도로에 버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