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宇宙도 그런 것이 아니고
世界도 그런 것이 아니고
人生도 그런 것이 아니다 
目的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人生의 最大目標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