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은 우리집 딸 지호의 생일이기도 하고, 집안의 벌초가 있는 날이다.
우리집안의 선산은 경기도 여주에 있는데, 추석 전 매년 벌초를 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형제분들이 많아 벌초 때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사실 본인은 집안 어르신들의 서열을 잘 알지 못한다.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왕래를 하여 알 수도 있으나, 워낚에 일찍 돌아가셨을 뿐더러 할아버지의 형제분들 후손들이 사는 지역이 다르니 왕래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요일이 벌초이니, 직계 가족들만 전날 따로 만나 놀다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장소는, 은행에 다니는 막내가 회사에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협약을 체결한 횡성에 있는 제너두 둔내라는 펜션이었다.
 
 
막내는 조카들이 학교에 가는 토요일이라 방과 후에 출발해야 했고, 우리 애들은 학교의 증축공사로 인해 개학이 늦어져 아침 일찍 출발 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주변에 적당한 관광지를 찾아보았더니, 우리 눈에 대관령 양떼 목장이 들어왔다.
 

양떼 목장은 옛날 어떤 영화속의 장소로 나오게 되면서 알려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눈 내린 겨울에 찾아야 제대로 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겨울, 동해에 다녀오는 길에 직장동료와 들른 적이 있었는데, 허리까지 빠지는 엄청난 눈에 놀랐고, 고즈넉한 정취 때문에 괜찮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따라서 겨울에 들려야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본인의 생각이지만.......
 

강원도를 가려면 차가 많이 밀릴 것 같아 국도로 올라가다가, 문막에서 고속도로를 올렸다.
입장료 3천원에 양에게 먹일 건초를 함께 주는 코스였다. 약 40여분 정도면 양떼 목장을 한바퀴 둘러 볼 수 있었고, 애들은 양떼에게 직접 풀과 건초를 먹여보고, 직접 양을 만져 볼 수 있었다.
 
 
등산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양떼 목장을 둘러보고 제너두 둔내 펜션을 찾았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멋스러운데 반해 집들이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집들의 높이가 틀려 전망을 방해하진 않았다.
 

오늘의 메뉴는 갓돔 두 마리, 가리비, 목살, 돼지 등갈비가 준비되었다. 갓돔은 수산에서 돗돔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주로 양식을 한다고 하며, 정확한 이름은 나도 모르겠다.
 
 
돼지 등갈비가 맛있다고 사촌동생이 말하길레 돼지고기가 다 그렇지 뭐 특별한 것이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큰형은 전날 마신 술이 있어서 술을 쳐다보기도 싫다고 하고, 작은형과 막내는 원래 술을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잘 먹지도 못하니, 천상 혼자 마셔야 했다.
특이한 것은 펜션에서 운영하는 라이브까페가 밤 10시 까지 진행된다는 것이다. 소주 한병을 들고 라이브까페에 갔다가 혼자 다 먹어야 했다. 그 바람에 다음날 머리가 아파 혼났다.
 
 
다음날 아버지, 형들과 동생은 아침 일찍 벌초하러 출발했고, 나는 여자들과 애들을 챙겨서 천천히 출발했다. 덕분에 벌초에 일은 하지 않고, 땡땡이 아닌 땡땡이를 치게 되었다.
12시경 도착해 보니 벌초를 말끔히 끝내 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점심 먹으러 곤지암까지 가게 되었고, 엄청나게 밀리고 있는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쳐다보며 내려왔다. 그러나 중부고속도로는 양반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당진까지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초 때문에 전국의 고속도로가 초만원이었나 보다.
 

금요일 직장동료 형님이 여수로 갈치 선상낚시를 갔다 와서, 회로 먹을 수 있게 포를 떠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가다랑어가 설치는 바람에 갈치는 많이 잡지 못했다고 한다. 때문에 맛만 볼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얻을 수 있었다.
 
 
갈치회는 처음 먹어 보는데, 현장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런데로 먹을만했다.
 
 
놀러가서 먹다 남은 돼지 등갈비를 김치 찜으로 해서 한상 푸짐히 마련되었다. 지호의 생일기념 축하를 끝으로 8월 마지막 날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