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아

                     글/ 전 순연  

         

        파도에 휩쓸려간 세월아

        한척의 배를 실어 나르기 위해

        강물은 바다로 말없이 흐르듯

        나 또한 말없이 흐르는데

        지금 고통을 파먹어가며 

        파고드는 공허야

        영영 헤어나지 못하게

        강물위에 소를 만들 지마라

        푸르던 숲은 

        드문드문 자리를 비우고

        하얀 서릿발 슬그머니 내려앉아

        동짓달 긴긴밤을 침묵하게 한다.


        바람아 불지마라 너 아니 불어도

        강물은 흘러간다.

        죽은 듯 메마른 겨울나무 에서도

        계절이 오면 꽃은 피 자는가.

        갈대의 흔들림은

        넘어지기 위함이 아니라

        다시 서기 위함 이니라.

        세월은 파도에 휩쓸러 갔어도

        주머니 속엔

        철지난 봄 햇살이  남아 있다

        한 가닥 집념을 묶어 문체

        기다림의 긴 시간에

        몸을 뉘이며 차라리 깊은

        그리움을 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