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다

           시 현

뙤약볕 내리쬐고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뿌연 먼지 날리는 신작로 길
머릿속이 하얗도록 걷습니다.

구멍 난 고무신 속에
배고픈 바다가
미끈거리며 출렁거립니다.
바람에 구겨진 신작로를 걷습니다.

쓰르람 쓰르람
매미가 파란 하늘 끝에서
움츠린 고갯길을 넘어 갑니다.
고갯마루 올라서면 어머니가
부지깽이로 벌겋게 달군
설움을 토닥이고

토방마루에 들이치는 빗소리에
처마 끝에 떨고 있는 한숨소리에
사립문에 풍경이 울어댑니다.
갈라진 논바닥 같은 손등을 타고
아늑한 바다에
푸른 소나무로 꼿꼿이 서 계십니다.

두견의 새빨간 울음도
보리피리 불어대는 어머님의 바다에
까맣게 가라앉았습니다.
하늘과 땅과 바람이 가뭄처럼 원망스런
고갯길 산모롱이 신기루 속을 걷습니다.
(080331)